Tim Keller는 복음은 기독교의 ABC가 아니라 기독교의 A부터 Z까지라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복음을 깊이 이해하게 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말이기도 한데요. 복음을 깊이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우리는 모두 특정 문화권에 속한 존재인 반면, 복음은 특정 문화권에 종속될 수 없으며, 문화를 넘어서서 모든 사람들에게 하나님께서 주시는 복된 소식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복음은 상황적인 동시에 상황 초월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상황적이라는 말은 복음은 항상 특정 상황 속에서 전달되며, 상황 초월적이라는 말은 복음이 가진 상황적인 본질에도 불구하고 그 메세지는 상황 초월적인, 각각의 문화적 상황에 전할 메세지를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서평할 복음의 3차원의 저자인 Jayson Georges는 서구 문화권에서 자라긴 했지만, 서구 문화와는 완전히 다른 중앙 아시아 지역에서 선교사로 지난 11년간 사역해온 관록 있는 인물입니다. 또한 최근에는 Fresno 신학교에서 가르치는 Mark Baker와 함께 Ministering in Honor-Shame Culture라는 제목으로 Inter-Varsity Press를 통해서 책을 출간했고, 그 책은 아마존에서 평점 5점 만점에 5점을 받을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복음의 3차원은 Georges가 그 책 이전에 아주 개론적이고 기초적인 차원에서 복음의 3차원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책인데, 굉장히 복잡할 수 있는 내용을 100쪽도 안되는 공간에 담아내고자 하다보니, 또 애초에 주된 독자층을 이 분야에 조예가 깊지 못한 대중들로 잡고 있다보니 아주 정교한 논리는 좀 부족한 듯이 보입니다.
책은 크게 4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에서는 각각의 문화적 상황에 따라서 복음의 전달과 이해가 다름을 강조하고 역설하며, 2부에서는 1부의 각론 차원에서 그렇다면 각각의 문화적 상황이 서로 어떻게 다른지를 죄책, 수치, 공포라는 세가지 키워드를 통해서 분석합니다. Georges에 의하면 죄책은 서구 문화권에서, 수치는 동양을 비롯한 공동체 문화권에서, 그리고 공포는 주로 아프리카 문화권에서 강력히 작용하는 문화 코드입니다. 하지만 각각의 문화 코드가 특정 문화에서 좀 더 영향력이 크다고 해도, Georges에 의하면 이들 세가지 코드는 어느 문화에나 존재하며, 어느 문화에서나 작용합니다. 따라서 죄책, 수치, 공포가 어떤 문화에서 어떤 방식으로 작용되는지에 대해서 좀 더 깊은 이해가 없다면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 또한 일차원적이고 단순화되어 복음을 제대로 전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 Georges의 논지입니다. 3부에서는 신학적으로, 특별히 속죄론과 구원론에 있어서 그렇다면 각각의 문화적 상황에서 복음을 전달하고 이해시키는데 각각의 신학적 이해가 어떻게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지를 다루고, 4부에서는 각각의 문화 속에서 죄책, 수치, 공포가 복음과의 조우 속에서 어떤 반향을 일으키며, 거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다룹니다. 이 책이 가진 최대의 장점은 복음이 가진 상황성을 부각시킴과 동시에, 각각의 상황에 맞을 뿐 아니라 그러한 상황을 넘어서는 복음에 대한 이해를 고양시킨다는데 있습니다. 특별히 각 장 마지막 부분에는 Georges가 각 장에서 말하고자 했던 이야기들을 구체적인 실례를 통해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함으로써 목회자들에게도, 또 평신도들이나 일반인들에게도, 무슨 얘기를 하는 것인지 전달하는 전달력이 탁월하다는데 있습니다. 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책이 가진 본질적인 한계 (100쪽도 안되는 공간, 주제 자체의 복잡성) 때문에 개론이나 소개서로는 적합할지 몰라도, 신학적인 현실, 문화적인 현실, 사역적인 현실을 좀 더 깊이 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너무 단순화된, 따라서 왜곡의 여지가 다분히 있는 작업처럼 보일 소지가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남은 서평에서는 책이 가진 본질적 한계에 대해서 다루겠습니다.
첫번째 한계는 각각의 문화를 3가지 코드로 나누었지만, 그러한 분류가 편의상에서 이루어진 것이며, 각 문화에는 3가지 코드가 모두 존재한다고 Georges가 인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각각의 문화적 상황이 가진 특성을 다루는데 집중하느라 모든 문화적 상황이 가진 공통성, 특별히 한 문화권에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대량으로 유입됨으로써 여러 문화권이 섞이면서 공통점을 만들어내고 있는 최근의 현실에 대해서는 더 자세히 다루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서평자가 보기에는 자칫 심각한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는데요. 이런 왜곡은 선교사로 일하는 저자가 사역하는 지역보다는, 유럽이나 미국같은 소위 서구 문화권에 대한 묘사에서 두드러질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의 시리아 난민 사태를 비롯해서, 여러 정치적 격변으로 인해서 이슬람이나 여타 문화권에서 살던 사람들이 난민으로 유럽과 미국에 엄청나게 유입되고 있는데요. 그러한 유입이 특별히 서구 세계의 도시에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여러 학자들이 지적한대로, 서구의 도시 문화권은 죄책이라는 문화적 코드가 더 이상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대신에 수치가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문화권으로 바뀌어가고 있지요. 하지만 서구 문화권의 수치 코드는 기존의 공동체적인 사회의 명예-수치 코드와는 상당히 다릅니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서 수치와 공포 코드가 강한 문화권에서 살다 온 사람들이 난민으로 유입된다? 이런 유입은 그 자체로 인류학자들, 사회학자들, 정치학자들, 심지어 경제학자들에게도 상당히 흥미로운 연구 거리가 되며, 이미 이런 난민들의 서구 도시 문화권 유입을 통해서 서구 문화가 어떻게 영향을 받고 있는지에 대해서 굉장히 탁월한 연구들이 이미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Georges는 어찌 보면 선교사라는 한계(?)상, 서구 문화권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변화들에 대해서는 관심이 덜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그러다보니 애초에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서 사용한 문화적 코드라는 유형이 오히려 현실을 정확하게 묘사하는데 걸림돌이 되어버리는 형국이 된 듯이 보입니다. 이런 면에서는 좀 더 정확한 인류학적, 사회학적 연구를 참고하지 않는다면 이 책은 유익을 끼치기보다는, 해로운 면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둘째로, 신학적인 측면에서 Georges의 책이 가진 한계는 교리를 너무 제한적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특정 교리와 특정 문화적 상황이 배타적으로 대응하는 관계에 있다는 뉘앙스를 준다는 것이지요. Georges는 공포라는 문화적 코드에는 속전(ransom)을 통한 속죄론이, 수치 코드에는 안셀름(Anselm)의 만족론(satisfaction theory)이, 죄책 코드에는 형벌 대속론(penal substitutionary atonement)이 각각의 문화적 코드에 대응되는 교리라고 주장하지만, 신학적 구성은 그렇게 단순하게 배타적으로 각각의 문화적 상황에 대응되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례로, 그가 공포 중심의 문화적 코드에 적합하다고 말하는 승리자 그리스도(Christus Victor) 속죄론은 물론 영적인 능력 대결이 빈번한 문화권에 분명히 잘 맞는 속죄론이 맞습니다만, 한편으로는 재주술화(re-enchantment)를 통해서 서구 사회 또한 영적인 능력 대결을 인정하는 사람들이 많은 문화로 바뀌어가고 있고, 또 한편으로는 이미 위에서 언급한대로 수치 또한 중요한 문화적 코드가 되어가고 있는 서구 문화에서도 잘 맞는 속죄론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얼마 전 서평했던 Richard Beck의 Reviving Old Scratch에서 Beck이 바로 이런 면을 말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신학적 구성이 이루어지는 방식에 대한 자세한 해설을 다룰 수가 없다면, 적어도 신학적 구성과 문화적 상황 사이의 역동에 대해서 어느 정도 그 복잡성을 다루어 주는 것이 이런 한계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세번째로, Georges의 이 책은 여전히 컨텍스트보다는 텍스트에 의존한 연구인 듯이 보이며, 따라서 구체적인 현실에 대한 세밀한 인류학적인 관찰이 부재한 듯이 보입니다. 물론 Georges가 지난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겪은 선교지에서의 현실과 그 곳에서의 내러티브들이 이 책의 기반이 되었다는 것은 인정할 수 있습니다만, 그러한 세밀한 관찰이 책 자체에서는 별로 드러나고 있지 않으며, 이미 지적한대로 유형론적인 분류가 이해와 전달을 쉽게 해주는 유익이 있으면서도, 현실의 복잡성과 역동성을 드러내는데에는 한계로 작용하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이미 말했다시피 문화적 다양성과 복음의 상황적이면서도 상황 초월적인 성격을 대략적으로 이해하는 데에는 분명히 도움이 될 만한 책입니다만, 여기서 멈춘다면 오해가 생기기 쉽고, 심각한 왜곡을 불러 일으킬 가능성도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호혜적으로 접근하자면, 그래서 Georges가 후속작으로 좀 더 자세한 해설을 담고 있는 Ministering in Honor-Shame Cultures라는 책을 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책 또한 곧 서평할 것이기 때문에 기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음 주에는 서구 문화권에서 수치 문화 코드의 강력한 영향력을 반증해주는 Philip Jamieson의 목회 신학적 접근에 관한 책이 찾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