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쯤이면 박사 과정 SOP(statement of purpose)를 검토해 달라는 부탁을 참 많이 받습니다. 그래서 SOP를 쓰는 후배님들께 공통적으로 하고 싶은 얘기 3가지를 적어 봤습니다.
1. 연역적으로 쓰는 것이 귀납적으로 쓰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것입니다. SOP를 읽는 교수들은 당신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히 따라가면서 귀 기울여 읽을 시간이 없습니다. 그 말은 처음에 뭔가 흥미를 끌만한 얘기를 던져주지 않는다면 당신의 SOP는 버려지게 될 것이라는 말입니다. 일단 당신을 그리고 당신의 연구를 이끌어가는 중심 질문이 무엇인지 던지십시요. 그 질문 자체도 흥미로워야 할 뿐 아니라, 그 질문이 던져지는 방식 또한 흥미로워야 합니다. 즉 맥락을 잘 잡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 모든 걸 연역적인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건 사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2. SOP는 당신 삶의 이야기를 하는 장이 아니라, 당신이 던진 그 질문이 어떻게 형성되어 왔으며, 그 질문이 왜 현재 학계에서 학자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질문이며, 또 더 나아가서 당신이 지원하는 그 학교가 왜 그 질문을 연구하기에 최적의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지를 설득하는 장입니다. 주저리 주저리 내 삶은 이렇고 관심사는 이렇고 하는 얘기들을 당신이 던지는 질문과는 별 상관없이 쓰게 된다면 당신의 SOP는 역시 마찬가지로 버려지게 될 것입니다.
3. 말하자면, SOP는 당신과 당신이 지원하는 학교의 프로그램에 속한 교수들이 일종의 “선”을 보는 장입니다. 따라서 당신은 구체적으로, 단순히 좋은 말잔치가 아니라, 아주 구체적으로 당신이 지원하는 학교의 프로그램이 어떤 특징이 있으며, 어떤 면에서 당신의 질문과 잘 맞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아예 석사 때 그 학교를 다녔던지, 아니면 적어도 지원 이전에 그 학교에 이미 다니고 있는 학생이나 그 비슷한 인사이더(insider)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당신이 지원하는 학교의 프로그램에 관한 특징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냥 단순히 당신네 학교는 이러이러한 면이 좋아 보인다라고 인상 비평을 해봤자 교수들은 거기에 설득 당하지 않을 것입니다.
신학으로 박사 과정 SOP를 쓰는 모든 후배들에게 행운이 있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