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켈러의 “The Prodigal God”(번역판 제목 “탕부 하나님”)은 누가복음 15장의 “탕자의 비유” 읽기를 통해서 복음을 제시하는, 그야말로 켈러의 복음 신학의 기초가 되는 책입니다. 이 책이 일반적인 탕자의 비유 읽기와 다르게 접근하는 부분은, 작은 아들인 탕자의 회심에 초점을 맞추는 것 만큼이나 큰아들의 아버지와의 관계를 통해서 복음이 전하는 메시지가 어떤 것인지에도 초점을 맞춘다는 사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켈러의 복음 신학이 잘 녹아있는 이 책을 통해서 복음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경험했기에, 이 서평에서는 그 부분을 중심으로 얘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켈러가 이 책에서 중심적으로 다루고 있는 큰아들과 아버지 사이의 관계는 물론 탕자의 비유에서도 그렇고, 켈러의 해석에서도 그렇고, 하나님과 신자 사이의 관계입니다. 이 관계에서 켈러가 가장 자세히 다루는 것은 신자가 하나님의 계명을 지킬 때의 마음 가짐입니다. 큰아들은 비록 아버지가 말씀하시는 모든 것에 순종했지만, 궁극적으로 아버지가 자신이 생각하기에 아무런 상도 받을 자격이 없는 둘째 아들인 탕자가 돌아온 것에 대해서 큰 잔치를 베풀었을 때 분노하면서 자신이 얼마나 아버지와의 관계 속에서 순종했으며, 또 모든 명령을 다 지켰는지를 이야기합니다. 켈러는 여기에서 교회를 오랫동안 다니면서 율법적 순종으로 자신과 하나님과의 관계를 규정지으려 하는 소위 모태 신앙인들과 그 외의 도덕적 신앙인들에 대해서 그들이 복음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고 일침을 놓습니다. 왜냐하면 복음이란, 우리가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얼마나 그 분의 말씀에 따라서 순종하면서 살고자 했는지가 우리를 규정하는 것이 아닌, 그 분의 사랑하심을 우리가 얼마나 받아들였으며, 그 사랑하심이 우리를 규정하는데 있어서 얼마나 작용하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켈러는 여기서 복음을 제대로 받아들이게 되면 그 결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은 단순히 우리와 하나님의 관계의 변화 뿐이 아닌, 우리와 다른 사람들, 특별히 우리가 그다지 도덕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우리보다 덜 모범적으로 산다고 여기는 사람들에 대한 태도의 변화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서 저는 개인적으로 고등학교때 처음 의식적으로 예수님을 믿겠다고 결정한 이후, 저의 삶 또한 여러 면에서 큰아들이 가지고 있던 태도와 비슷함을 보게 되었습니다. 즉 하나님의 사랑이 나를 규정짓도록 하기 보다는, 내가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얼마나 열심을 내어서 그 분을 위해서 일했고, 그 분이 말씀하시는 것을 지켰느냐에 따라서 나의 가치와 정체성을 규정지으려고 할 때가 굉장히 많았다는 것입니다. 바라기는,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이 복음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조금 더 가까이 접근하게 될 뿐만 아니라, 우리의 정체성이 우리의 노력이나 성취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닌, 하나님께서 우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셨다는 사실에 달려 있다는 그 깨달음이 속 깊은 곳에서부터 일어나서, 자존감의 문제를 겪는 사람들에게, 행위와 성취로 사람들을 판단하고 줄을 세우는 사람들에게, 특별히 교회에서 신앙 생활을 오래 한 사람들에게 다시 복음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저는 앞으로도 켈러의 책들에 대한 서평을 계속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