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블랜튼 4세의 A Spiritual Economy: Gift Exchange in the Letters of Paul of Tarsus는 야심찬 프로젝트입니다. 블랜튼 4세는 이 책에서 바울 서신에 담겨 있는 바울의 선물 교환에 관한 이해를 종합하려는 시도를 합니다. 그는 처음부터 이 프로젝트는 본질적으로 학제적인 탐구임을 명확하게 합니다. 인류학이나 사회학 뿐만 아니라, 종교학과 고전학에 이르기까지, 선물에 관한 연구는 다양한 관점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크게 2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번째로, 선물 교환은 너무나 광범위하게 보편적인 현상이기에, 특정한 분야만의 관점으로는 그 자체를 설명해내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입니다. 블랜튼 4세는 여기서 이 분야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Marcel Mauss를 인용하면서 Mauss의 연구 또한 사회학, 인류학, 그리고 종교학이라는 세 분야를 넘나들었음을 말합니다 (6). 그는 또한 이러한 주고 받음의 상호 관계가 인간 뿐만이 아니라 유인원들 사이에서도 보인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하지만 두번째로, 블랜튼 4세는 인간의 상호 관계는, 특히 바울의 서신서들에서 나타나는 그것은 유인원들과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어떠한 면에서 그렇냐 하면, 바울이 보는 선물 교환은 단순히 물리적 물체나 서비스의 교환이 아니라, 임박한 종말론적 심판으로부터의 구원에 관한 확신과 하늘의 영역에 속한 영원한 삶에 대한 약속이라는 모양의 선물이라는 점입니다 (7-8)
어떤 점이 인간들의 선물 교환을 그다지도 다르게 만들까요? 이 시점에서 블랜튼 4세는 피에르 부르디외의 상징적 재화(symbolic goods) 개념을 끌어들여서 바울이 구원의 선물에 대한 메세지를 자신의 물질적 필요를 채워주는 것과 교환했음을 설명합니다. 이런 교환은 경제적으로 비대칭적인데, 그 까닭은 정확히 “역으로 돌려받는 선물이 원래 선물이 가지는 통화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18). 그렇다고 해도 바울이 항상 상징적 재화와 물질적 재화 사이의 비대칭적 경제를 바탕으로 움직였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실 바울은 당시의 후원 문화(patronage culture)를 거부했으며, 이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우정의 표징으로써 호혜를 베푸는 것에 대한 거부가 그 당시의 문화에서는 우정의 원리에 대한 말도 안되는 위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62), 블랜튼 4세는 바울이 고린도 교회와 자신 사이의 관계를 “가상의 친족” 언어를 통해서 아버지처럼 교회를 대하려고 함으로써 회복하려고 시도했음을 보여줍니다 (65).
바울 공동체에서 일어나는 선물 교환에 대한 이런 모든 예리한 블랜튼 4세의 분석에서 신선한 점은 그가 바울과 그의 동시대인들, 그리고 현대인들을 비교하는 방법론을 채택함으로써 논의를 끌어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비교 방법론을 통해서 그가 얻어내고자 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내가 바라는 것은 이런 과정이 바울의 담론과 실천에 대한 흥미롭고 유용한 재서술을 이끌어내는 것일 뿐만 아니라, 좀 더 중요하게는 사회학, 인류학, 고전학, 그리고 종교학 전반에 유용할 만한 방식으로 선물 교환 이론을 정교하게 하고 자세히 설명해내는 것입니다” (6). 블랜튼 4세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자신이 말한 목표들을 잘 이루어내었을까요? 여기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는 별개로, 블랜튼 4세가 이 책에서 보여주는 가장 큰 공헌은 그가 “spiritual economies”라고 부르는 현상에 대한 좀 더 풍성한 함의를 이끌어냈다는 부분일 것입니다. 그는 “spiritual economies”의 재화는 명확하지 않으며, 따라서 믿음이라는 체계 하에서만, 혹은 소망이라는 체계 하에서만 이해하고 유통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여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를 결정 짓는 명확한 수단이 없습니다” (141). 이런 과정은 현재의 선물 이론을 좀 더 정교하게 만들 필요성을 야기시킵니다. 왜냐하면 바울의 서신서들이 선물의 경제와 판매의 경제라는 이분법에 관한 논의에 대해서 현대의 선물 교환 이론들이 좀 더 정교하게 이 주제들을 다룰 수 있도록, 좀 더 자세히 설명할 수 있도록 해줄만한 계기를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141).
블랜튼 4세의 논의가 학제적인 연구를 지향하기는 하지만, 그가 바울의 선물에 대한 신학적 이해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적게 다루었다는 점은 좀 아쉽습니다. 물론 블랜튼 4세는 “당신이 주셨기에 나도 줍니다”라는 바울의 선물 교환의 원리가 일반적 판매의 원리인 “당신에게 받아내기 위해서 내가 줍니다”와 반대된다고 말하면서 관련 논의를 진행할 때 신학적 논의에 가장 가깝게 다가가긴 합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신학자로서 블랜튼 4세가 종교학을 넘어서 신학적인 차원에서의 선물 이해에 관해서 좀 더 자세히 다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John M.G. Barclay의 주목받고 있는 최근 저서인 Paul and the Gift와 함께 읽으면 서로 보완하는 면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바울 서신서에 나오는 선물에 관한 이해에 충실하고자 노력하고 있고, 책이 다루는 주제를 파악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누구에게나 도움이 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서평은 평균 15시간 정도를 투자해야 하는 쉽지 않은 작업입니다. 서평을 읽고 도움을 받으셨다면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후원금은 블로그 운영과 영상 제작 그리고 다양한 책들을 구입하는데 사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