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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불의한 하나님을 향한 항변
칼 융의 저서 욥에 답하다(Answer to Job)는 욥기에 나와 있지 않은 하나님의 욥의 질문에 대한 답이라기 보다는, 욥의 입장을 공감하려고 하는 현대인, 즉 융이 욥의 세 친구들이 하지 못했던 욥에 대한 변호를 대신 맡아서 하나님을 향하여 항변하는 책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욥기에 대한 책이라기에는 융이 유대-기독교 전통에 대해서 가지고 있던 생각을 종합적으로 담고 있기에 오히려 융의 종합적 신학 저술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이 서평에서는 융의 욥에 대한 변호/하나님을 향한 공격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할 것이며, 그를 통해서 서구의 하나님 상(God-image) 안에 선(good)만이 하나님께 속한 것이며, 악(evil)은 하나님께 속한 것이 아니라고 하는 이원론적인 모습이 있으며, 원래의 일신론적인(monotheistic) 하나님 상은 초대교부들의 사상에서 볼 수 있듯이 선과 악 모두가 하나님의 주권 하에 있다는 생각의 흐름이 융의 욥기 읽기를 통해서 회복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얘기까지 해 볼 것입니다.
우선 칼 구스타프 융은 소위 분석 심리학(Analytical Psychology)이라고 하는 심리 분석(Psychoanalysis)의 한 학파의 창시자입니다. 두 용어가 어감이 굉장히 비슷한 만큼이나 융은 심리 분석의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에게서 큰 영향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프로이트의 리비도(Libido: 성욕)에 대한 분석에 동의하지 못하고, 좀 더 넓은 영역에서의 인간의 무의식을 연구하기 위해서 프로이트 학파와 결별했습니다. 그런 까닭에 전체적으로 융의 관심사는 무의식과 의식 사이의 역동에 있고, 욥에 답하다 또한 그런 면에서 하나님의 의식의 내면을 살핍니다. 특별히 하나님이 삼위일체(Trinity)가 아닌, 악(evil)을 더해서 사위일체(Quaternity)라는 주장은 꽤나 흥미로운 부분이며, 신앙인으로서 응답을 하고 지나가야 할 부분이기도 합니다.
융에 따르면, 욥과 하나님의 관계에서 잘못한 쪽은 의심의 여지 없이 하나님입니다. 일단 융은 하나님을 자기 모순적이고 이율배반적인 존재라고 부릅니다. 이 때 쓰는 말이 antinomy, 즉 원칙이나 원리가 없다는 말입니다. 왜냐하면 무엇보다도, 사단이 욥에게 고통을 주도록 부추겼을 때, 융은 하나님이 정말로 의롭고 사랑이 많으신 분이라면, 그토록 쉽게 그러한 부추김에 넘어가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심하게 얘기하면 하나님은 정신분열증적인 존재라고까지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이 성경을 통해서 인간이 하나님에게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를 계속해서 설파하고 있고, 그렇기에 성경은 인간을 “자신의 형상”이라고까지 부르는데도, 하나님은 잘못한 것이 없는 욥에게 그 모든 고통을 가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융에 따르면 이런 하나님은 여전히 인간들에게 숭배받기를 원하며, 존중받기를 원하는 존재입니다. 하나님을 인격적인 존재라고 보았을 때, 즉 우리 주변의 어떤 친구나 아는 사람으로 보았을 때, 이러한 행태는 융에게 있어서 하나님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자기 성찰(self-reflection)이 부족한 존재인지에 대한 간접적인 증거로 작용합니다. 이 시점에서 융이 끌어들이는 것은 소피아(Sophia), 즉 잠언에 나오는 지혜의 신입니다. 자기 성찰이 부족한 자기 모순적 존재인 야훼 하나님은 지혜의 등장과 함께 더 이상 자신의 인간을 향한 모순적 행태를 계속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되고, 그 결과 스스로 인간이 되어 욥이 당했던 고통을 스스로 당하는 것만이 지혜에 합치되는 길이라고 판단하게 됩니다. 그래서 나오게 된 것이 바로 성육신(Incarnation)입니다.
전체적으로 융의 이러한 하나님에 대한 표현 방식을 보면, 융이 바라보는 야훼 신은 남성적인 존재이며, 아무런 원칙이나 법칙이 없는 순수한 힘(might/force)과 권력 그 자체입니다. 그에 반해 지혜는 여성적인 존재이며, 남성적인 야훼 신을 조정하고, 올바른 길로 갈 수 있게 해줍니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들이 하나님이라는 존재의 내면 안에서 충돌을 겪으면서 하나님의 의식 또한 성장하게 되고, 거기에 중요한 제물이 되는 것이 욥과 그의 고난이라는 것이 융의 지론입니다. 특별히 살펴봐야 할 부분은 이미 얘기했듯이 융에게 있어서 전통적인 신 개념인 삼위일체는 수정이 필요하다는 부분입니다. 왜냐하면 삼위일체는 악이라고 하는, 사단으로 대변되는 하나님의 세상을 지배하는 한 축을 포함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융에게 있어서 좀 더 현실과 합치하는 하나님 개념은 악을 포함하는 사위일체 개념입니다. 융이 사위일체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얘기를 풀어나가지는 않습니다만, 융이 인간의 의식과 하나님의 의식을 유비 가능한 대상으로보고 인간의 의식에서 하나님의 의식을 유추하는 방법을 쓰면서 하나님 상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은 확실해 보입니다. 이런 면에서 융의 방법론이 어거스틴으로 대표되는 심리학적이고 의식적인 삼위일체 이해와 맞닿아 있는 면이 있다는 것에는 부인의 여지가 없습니다. (다른 한편에는 소위 갑바도기아 교부들의 방법론으로 불리는, 좀 더 사회적이고 공동체적인, 하나님의 각 위격을 강조하는 삼위일체 접근법이 있지요. 물론 현대 삼위일체 신학에서 이러한 구분이 사실 교부들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는 것임이 밝혀지고 있긴 합니다만) 한 가지 알고 있어야 할 역사적이면서도 심리적인 맥락은, 융이 이 책을 쓰던 때가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였고(1952), 그런 까닭에 신과 정의의 문제에 대해서 고통스럽게 질문하던 사람들이 많았던 때였다는 것입니다. 융이 이 책을 쓸 때 그런 면을 생각하면서 썼음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물론 세월이 흘렀다고 해서 이런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그렇기에 융의 욥기 읽기가 우리에게 욥기를 좀 더 실제적으로, 우리의 문제로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융의 욥기 읽기에서 기독교 신앙을 가진 사람이 꼭 배워가야 하고 생각해봐야 할 부분은 융의 하나님 인식이 신기하게도 초대 교부들의 그것과 일치하는 부분입니다. 바로 하나님에 대한 이원론적인 이해입니다. 즉, 하나님을 선을 대표하는 존재로, 사단을 악을 대표하는 존재로 상정하고, 선과 악 사이에 대등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는 하나님 이해입니다. 하지만 정통 기독교 신학은 이런 이해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융 또한 이런 이해가 마니교적인 것이며, 기독교적인 것은 아님을 지적합니다. 제 추측에는 마니교의 영향력 하에서 신학을 전개했던 어거스틴의 영향력이 큰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만, 어떻게 그런지까지 이 지면에서 다루기는 어려울 것 같네요. 다만, 융이 초대 교부인 클레멘트를 인용하면서 하나님 상(God-image)에 대해서 하는 얘기는 의미심장합니다. 클레멘트에 의하면, 선과 악은 모두 하나님 안에서 통일됩니다. 하나님은 세상을 다스리실 때 그리스도라는 오른손과 악이라는 왼손을 가지고 다스리십니다. 이렇게 볼 때, 악은 하나님을 벗어나 있는 존재라는 이해는 성경이 그리는 악에 대한 이해와는 맞지 않습니다. 욥기에서 사단을 “하나님의 아들들” 가운데 한 명으로 두고 있는 것이 이런 면에서 꽤나 의미가 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루는 하나님의 아들들이 와서 여호와 앞에 섰고 사탄도 그들 가운데에 온지라” (욥 1:6)
하지만 여전히 많은 신앙인들이 이런 하나님 상을 이해하지 못하며, 심하면 거부하기도 합니다. 악을 주관하며, 선과 악이 하나님의 오른팔과 왼팔 같이 존재한다는 이해가 신앙인의 삶에 함의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이원론적인 하나님 이해를 벗어나는 것이 시급합니다만, 더욱 시급한 것은,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자신의 통치 안에 두셨다고 할 때 우리가 악과 불의에 대해서 취해야 하는 태도를 찾는 것은 더더군다나 시급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그다지 쉬운 문제가 아닌 것이, 일단 악과 불의를 경험해 본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주권을 받아들이라고 말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목회적 접근이 필요한 영역입니다만,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선과 악 모두에 대한 전적인 주권을 인정할 때 나타나게 되는 인식론적, 경험적 불일치를 넘어서 모순에까지 다다르는 이런 부분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좀 더 숙고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다음 주에는 좀 더 목회적인 차원에서 악의 문제를 다루는 팀 켈러의 Walking with God through Pain and Suffering을 서평하도록 하겠습니다.
Modern Person’s Rebellion against the Unjust God
Carl Jung’s Answer to Job is probably best understood not as God’s answer to Job which remains unanswered in the book of Job, but as Jung’s defense for Job against God, which Job’s three friends did not carry out. This book is not just about the book of Job, but comprehensively dealing with Jung’s theological thought centering on the book of Job. In this review, I will take a close look at Jung’s attack against God, thereby reexamining the dominant God-image in Western society, which is overly dualistic, while the original monotheistic God-image originated from the church fathers encompasses both the good and the evil under God’s rule.
To begin with, Carl Gustav Jung is the founder of a school of psychology called Analytical Psychology, a branch within Freud’s Psychoanalysis. As much as the two terms sound similar to each other, it is said that Freud has influenced Jung so much in the development of Jung’s thought. However, not agreeing with Freud’s analysis over libido, Jung parted ways with Freud to study the broader dimensions of human consciousness-unconsciousness and their dynamic. For this reason, Jung’s Answer to Job also looks into what might be called the internal consciousness of God. In particular, Jung’s claim that God is not Trinity, but Quaternity, the evil added to the three persons in union, is the area that every believer needs to respond.
According to Jung, God is the one who needs to be condemned in the relationship between God and Job. First off, Jung calls God a self-contradictory being, which he uses the word “antinomy” to describe God, because when Satan urged God to inflict pain on Job, if God were such just and loving being, then it would not make sense to see God giving in to such request so quickly and easily. If spoken more harshly, God might even be called a schizophrenic being, since the Bible asserts the importance of human being to God all throughout, so much so that human beings are God’s image. Still, God inflicts unjust and undeserved pain on Job. Even so, this God still wants to be praised and honored among humans. If one understands God as personal being, such demeanor of God necessarily leads one to think of God as lacking in self-reflection. At this point, Jung draws upon Sophia from the book of Proverbs, the goddess of wisdom. Yahweh realized Yahweh’s lack of self-reflection with the emergence of Sophia, keeping Yahweh from continuing on unjust measure against humanity. Therefore, the only placating measure would be, according to Jung, the Incarnation, which God becomes human to suffer like human, particularly Job.
Overall, the Yahweh God Jung understands is more masculine than feminine, representing the pure might/force, while Sophia is feminine, correcting the masculine Yahweh God and leading Yahweh on to the right path. What is important is that all these things contribute to the internal growth of God’s consciousness, sacrificing Job as the scapegoat for this purpose. What needs to be of particular attention is, as I already said, that the traditional doctrine of Trinity is in need of revision, for this Trinity does not encompass the evil, represented by Satan, which is part of God’s instrument for ruling the world. For Jung, what corresponds to reality more than the Trinity is Quaternity that takes the evil into account in explaining and understanding God-image. While Jung does not go into what Quaternity is in depth, what becomes apparent is that Jung understands that there is a certain analogy between God’s consciousness and human consciousness, inferring from human consciousness what might be likely to happen in God’s consciousness. It is in this regard that Jung’s method is very much akin to Augustine’s psychological understanding of Trinity. (On the other hand, there is a more social approach to Trinity, represented by that of the Cappadocian Fathers. Of course such division between psychological and social understandings of Trinity is losing its persuasive power as contemporary research on Trinity develops what the church fathers actually said.) One psychological and historical context that needs to be kept in mind in this regard is that Jung wrote this book during the post-War times in 1952, for which there were many intellectuals who were questioning painstakingly the problem of God and justice. It goes without saying that Jung also had this matter in mind in writing this book. Doubtless this issue of God and justice would not go away just because the war time has elapsed. For this reason, Jung’s reading of the book of Job might leave us with more room for reading Job as our own, rather than someone else’s.
Lastly, what the Christian can take away from reading Jung’s reading of Job is that Jung’s understanding of God intriguingly coincides with that of some church fathers, that is, their critique against an understanding of God in terms of dualism. Namely, understanding God as the representative of good, and Satan as the representative of evil. However, the historic Christian theology would not agree with this. Jung, also, agrees that such dualistic understanding of God came from Mani, not Christian. In my conjecture, Augustine who did his theology under the influence of Mani might be one of the culprits in this, yet it would be difficult to treat more in depth how and why this is so. One thing to mention is that Jung brings up St. Clement, saying that according to St. Clement in the ruling of God, Christ is God’s right hand, while Satan is God’s left. In this light, a perspective that says that evil is beyond God is not in line with that of the Bible, and the book of Job pictures Satan as one of God’s Sons might be important in this regard.
“Now there was a day when the sons of God came to present themselves before the Lord, and Satan also came among them.”
Even so, many believers still can’t accept this God-image, and reject it in the worst case scenario. What would be the implications of God who rules over evil, whose right and left hands are the good of Christ and the evil of Satan? While it is urgent for Christians to get out of such dualistic God-image, what is more urgent would be to find an approach to such non-dualistic understanding of God. However, this is no easy matter, for telling people going through evil and injustice to accept God’s sovereignty would amount to denying the goodness of God in their lives. This is where a more subtle, pastoral approach is called for, yet more treatment would be necessary for such epistemological and empirical cacophony between the goodness of God and the lived evilness of God. In that regard, I will do a review of Tim Keller’s Walking with God through Pain and Suffering in the coming wee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