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시놉시스 – 김상일
가제목: 신앙을 위한 교리적 상상
사람은 상상하는 존재입니다. 특히 사람의 도덕적, 종교적인 삶은 그가 궁극적으로 권위를 부여하는 대상/존재를 어떻게 상상하느냐에 따라서 상당히 달라집니다. 스탠리 하우어와스는 자신의 책Vision and Virtue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보는 대로, 본 것이 우리의 의도에 지속적으로 남아 있는대로 된다. 그러나 우리는 그저 보는 것으로 보게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핵심 신념을 구성하는 은유와 상징을 통해서 우리의 시각을 훈련시킴으로써 본다. 따라서 우리가 어떻게 보게 되느냐는 것은 우리가 어떻게 존재하느냐와 함수관계에 있다. 우리가 보는 것은 우리가 가진 기본적인 이미지가 어떻게 자기로 구현되느냐, 즉 자기 성품 안에 구현되느냐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 도덕적 삶은 선택이 우선이 아니다. 무엇을 결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니다. 도덕적 삶은 우리가 대면하는 상황을 보고 구성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개념들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Stanley Hauerwas, Vision and Virtue (Notre Dame, Ind.: University of Notre Dame Press, 1981), p. 2
신학은 흔히 하나님에 관한 담론(discourse about God)으로 정의됩니다. 좀 더 대중적으로는 God-talk(하나님에 대해서 말하기)로 정의되기도 합니다. 모든 하나님에 관한 담론은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하나님에 대한 이미지를 그려내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하나님을 궁극적 권위의 대상으로 두기로 결심하는 그리스도인의 삶은 결국 하나님 이미지(God-image)가 어떤 것인지에 따라서 달라지게 되어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현대 심리학 중에서도 정신 분석학의 분과인 대상 관계론(object-relations theory)은 하나님에 대해서도 이렇게 얘기합니다. 특히 미국 보스턴에서 일했던 정신과 의사인 카톨릭 신자인 애나 마리아 리주토 박사는 자신의 책 살아있는 신의 탄생(The birth of the living God)에서 실제 실험을 통해서 이것을 증명해 냈고, 리주토 박사의 작업은 지금도 기독교 교육을 비롯한 여러 관련 분야에서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위의 심리학적 통찰을 기초로 저는 이 책에서 이미지(image)-상상력(imagination)-상상(imaginary) 사이의 상관 관계를 추적합니다. 여기서 이미지는 우리가 시각 혹은 청각을 통해서, 즉 보거나 들음을 통해서 받아들이는 심상을 말합니다. 이런 이미지는 우리의 상상력을 구축하는 원재료가 됩니다. 또한 이렇게 구축된 우리의 상상력은 우리가 세상을 어떤 곳으로 상상(imaginary)하느냐에 깊은 영향을 끼칩니다. (imaginary라는 말이 잘 와닿지 않는 분들은 “동시대와 문화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냥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내 주관대로 자유롭게 살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사고 방식은 생각하고 말것도 없이 거의 모든 현대인들이 당연히 그런 것으로 받아들이는데요. 이것이 바로 우리가 세상을 상상하는 방식, 즉 우리의 imaginary의 일부라는 것이지요)
하나님 이미지에 관해서 말하자면, 하나님 이미지는 우리의 하나님에 대한 상상력을 구축하는 원재료가 되며, 그렇게 구축된 하나님에 대한 우리의 상상력은 우리가 세상을 어떤 곳으로 상상하느냐에 깊은 영향을 끼칩니다. 하나님 이미지가 특별히 우리 삶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까닭은, 하나님이라는 존재는 항상 우리의 삶 속에서 궁극적인 권위를 가진 존재로 상상되기 때문입니다. 즉 우리의 하나님 이미지 안에는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그 세상 안에서 우리 존재를 상상하는 방식, 또 우리가 우리의 삶이 나아갈 목표를 바라보는 방식과 그 목표 자체 등, 인생의 궁극적인 질문에 대한 우리 나름대로의 답이 담겨 있습니다. 위에서 인용한 스탠리 하우어워스의 글이 말해주듯이, 우리 인생에서 우리가 보는 것은 “우리의 핵심 신념을 구성하는 은유와 상징을 통해서 우리의 시각을 훈련시킴으로써 본다”는 것이지요. 하나님을 어떤 분으로 이미지화시키느냐는 그런 면에서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보느냐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합니다.
앞으로 제가 쓸 책은 이런 신학적, 심리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교리를 통한 신앙 형성의 문제에 접근합니다. 교리에 대한 의심과 불신, 교리 무용설이 난무하는 현대 교회의 상황 속에서 교리를 그 원래 목적인 신앙 형성에 맞게 가르치는 길은 교리를 하나님에 대한 이미지를 그려내는 이야기(=narrative 내러티브)의 일환으로 보는 것이라고 저는 주장하려고 합니다. 이것이 말이 되는 까닭은 우리의 정체성이 우리 삶의 이야기를 통해서 형성되기 때문이며, 하나님이 누구이신지 또한 성경에 나타난 하나님의 삶의 이야기를 통해서 형성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바로 이 지점에서, 교리를 특정한 하나님 이미지(God-image)을 그려내는 내러티브, 즉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그려내는 그 분의 구원사의 이야기로 볼 때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와 교리가 만날 수 있는 접점은 한층 더 넓어지고 깊어집니다. 왜냐하면 교리가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되는 이야기라고 한다면, 교리를 통해서 우리가 형성하게 된 하나님 이미지는 자연스럽게 우리의 상상력과 상상 양쪽 모두에 영향을 끼치게 되며, 이것은 곧바로 우리의 가치관 형성에 직접적으로 기여하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교리가 하나님께서 누구이신지를 그러내는 이야기라고 하면, 교리는 하나님의 정체성을 드러냅니다. 이것은 우리 삶의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가 누구인지가 드러나며, 그게 바로 우리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이 책은 현대 내러티브 신학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을 담고자 하며, 그를 통해서 교리를 내러티브로 보는 내러티브 신학이 신앙 형성에 가진 강점에 대해서 설명할 것입니다.
첫번째, 하나님 이미지의 중요성, 두번째, 교리를 하나님 이미지를 그려내는 이야기로 볼 때 그런 설정이 신앙 형성에 끼치는 영향. 이 두가지를 바탕으로 저는 칭의 교리가 공동선을 위한 교리이며, 칭의 교리가 그려내는 하나님은 모두를 위한 선을 추구하시는 하나님이시라는 점을 강조하려고 합니다. 특히 존 바클레이의 바울과 선물을 비롯해서 칭의 교리에 관한 최근의 논의, 특별히 바울이 말하는 “율법의 행위”가 결국 하나님의 사랑과는 상관없이 자기 존재 가치를 찾으려는 행위를 가리킨다는 점에 기대어 칭의 교리를 믿는 일이 우리의 존재 가치를 우리가 하는 일에서 찾는 대신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랑받을 만하다고 선포하신 그 선포, 우리가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이미 가치 있는 존재라고 해주신 그 선포를 우리 자신의 정체성으로 삼게 해주며, 따라서 우리는 우리가 하는 일의 본래적 목적인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그 목적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공동선(the common good)이며, 다른 사람들을 위한 삶을 살 수 있게 해주는 기독교의 비밀무기라고나 할까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우리의 하나님 이미지가 성경이 말하는, 모든 사람을 가치 있는 존재로 보시는 하나님 이미지가 되어가면 갈수록 우리는 저절로 거기에 따라서 모든 사람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볼 수 있게 됩니다. 즉 우리의 내면에 형성된 하나님 이미지는 우리가 관계 맺는 사람들을 우리가 어떻게 바라보느냐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습니다. 조금 말을 재미있게 해보자면, 우리의 하나님 상(God-image)이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의 모습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우리는 사람들을 그들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 인종, 성별, 종교, 학벌 등과는 상관 없이 하나님의 형상(image of God)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는 것이지요. 우리의 내면이 바뀌면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바뀌고,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바뀌는 것만큼 우리가 관계 맺는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지며, 우리가 관계 맺는 사람들을 다르게 대하는 것만큼 세상은 변화를 경험합니다. 그야말로 긍정적인 변화의 연쇄반응이 일어난달까요.
제가 앞으로 쓸 책은 대략 이런 흐름 속에서 교리를 가르치는 일이 어떻게 더 선한 사람, 더 이웃을 위하는 사람, 그리고 더 이웃을 위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교회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를 역설하려고 합니다. 교리라는 말 자체가 고압적이고 딱딱하며 무조건적으로 권위를 따르는 믿음과 연결되서 이해되는 상황 속에서, 교리의 원래 목적인 신앙 형성을 제대로 이루어 낼 수 있는 방식은 결국 교리를 이야기로 이해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야기로써의 교리를 어떻게 우리 삶의 이야기와 만나게 할 수 있는지, 그 방법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저는 책을 끝맺고자 합니다.
이런 대략의 흐름 속에서 책은 전체 3부로 구성되며,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1부: 하나님 상(God-image)과 그리스도인의 삶
-하나님 상(God-image)과 상상력(imagination)
-그리스도인의 삶의 비전은 하나님이다—하나님 상(God-image)의 중요성
-현대 정신 분석학이 말하는 하나님 상(God-image)과 삶의 관계: 애나 마리아 리주토의 대상 관계론(object-relations theory)을 중심으로
2부: 하나님 상(God-image)을 담아내는 이야기로서의 교리
-교리는 하나님 상(God-image)을 그려내는 이야기이다
-우리 삶의 이야기에는 우리가 누구인지를 그려내는 하나님 상(God-image)이 담겨 있다
-신앙 형성의 비전: 우리 삶의 이야기와 하나님의 구원 이야기가 조우하다
3부: 공동선을 추구하시는 하나님을 그려내는 칭의 교리
-모두를 위한 칭의 교리-칭의 교리는 어떤 하나님을 그려내는가
-칭의의 실천은 모든 사람에 대한 존중과 인정이다- 하나님 상(God-image)과 하나님의 형상(image of God) 사이의 역동
-그리스도인의 삶의 비전: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은 같은 실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