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연구 질문이 무엇인지를 찾는 작업에 관한 3가지 제안
안녕하세요, 서평 쓰는 남자입니다. 지난 번 SOP에 관해서 쓴 글에 보여주신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좀 더 구체적으로 SOP의 핵심이 되는 나의 연구 질문을 찾아가는 길에 대한 제안을 3가지 해보려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내 연구 질문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고, 정확하고 간결하게 그 질문을 표현하는 것은 SOP를 쓰는데 있어서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합니다. 내 연구 질문을 정확하게 알고 있고,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박사 과정의 연구에서 내가 가야 할 길을 명확하게 의식하고 있다는 것을 넘어서, 내가 왜 박사 과정 공부를 굳이 하려고 하는지, 또한 내가 어떤 인간인지를 (부분적으로나마) 명확하게 아는 것과도 연관이 되는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따라서 지난 번에 쓴 글과 함께 이번 글을 같이 읽어주신다면 여러분의 박사 과정 진학 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 즉 내가 왜 공부를 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 스스로의 답을 가지게 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흥미롭게도 (또 슬프게도), 많은 박사 지원자들이 자신이 왜 공부를 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명확하게 답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대해서 명확하게 답하지 못한다는 말은 내 연구 질문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이해하고 있지도, 표현해 내지도 못한다는 사실과 직결됩니다.
-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들을 나열해보고, 그 분야들 사이의 연결 고리를 찾아 보십시오.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들은 나를 박사 공부로 이끌어준 질문이 형성되는 얼개를 만들어주는 근간입니다. 내가 어느 분야의 어떤 부분에 관심이 있는지를 차근차근 나열해보고, 내가 왜 각각의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그런 분야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를 이해하려고 해본다면 내 연구 질문이 무엇인지가 점차 명확하게 떠오르게 될 것입니다. 명심하셔야 할 것은, 이런 과정은 절대 머릿 속에서만 하시면 안되고, 실제로 연필로 써 보거나, 컴퓨터에 적어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의 경우는 신학적 인간학(theological anthropology)과 신학적 미학(theological aesthetics), 철학적 해석학(philosophical hermeneutics), 그리고 영성 형성(spiritual formation) 이 네가지 분야가 제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였고, 이 네가지 분야를 연결시켜보려고 했더니 저의 연구 질문이 무엇인지가 예상보다 쉽게 떠올랐습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써낸 SOP는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일단 그렇게 연구 질문을 잘 표현할 수 있게 되자, 현재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요구하는 바에 잘 맞게 내 연구 질문을 맞춰서 쓸 수 있었고요.
- 내가 영향을 받았던 수업들을 나열해 보고, 그 수업들이 나에게 준 지적 자극들 사이의 연결 고리를 찾아 보십시오. 1번과 같은 선상에서, 내가 들었던 수업들 또한 내 연구 질문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찾아 나가는데 중요한 힌트를 줍니다. 역시 이런 수업들을 나열해 나갈 때는 머리로만 하시면 안되고, 실제로 써봐야 합니다. 1번이 내가 관심을 가지는 주제(topics)들에 대한 나름의 되짚어 보기와 연결 시키기 작업이라고 한다면, 2번은 좀 더 연대기적인 접근이라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즉 내가 들었던 수업들 중에서 내가 영향을 받았던 수업들을 연대기적으로 나열해 놓고, 그 수업들이 나에게 준 중요한 지적 자극들을 떠올려 보고, 또 적어 보고, 그러한 지적 자극들 사이의 연결 고리를 찾아보는 것은 현재의 나를 만들어내는데 중요한 기여를 했다는 것이지요. 현재의 내가 묻는 질문들 또한 이런 탐구를 통해서 좀 더 명확해질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 이런 과정을 더 깊이 진행해 나간다면 내가 알고 있었지만 명확하게 표현해내지 못했던 내 연구 질문을 찾아내는 것을 넘어서서, 전혀 새로운, 그리고 훨씬 더 흥미로운 질문이 떠오르게 될 수도 있습니다. 저의 경우 또한 앞에서 얘기했던 네가지 분야를 연결시켜 봄과 동시에, 이제까지 들었던 수업들을 나열하면서 신학교 교육이라는 새로운 맥락을 발견하게 되었고, 제가 발견한 연구 질문을 신학교 교육이라는 맥락에 적용시키게 되자, 아주 흥미로운 인간론과 신학교 교육 사이의 상관 관계를 보게 되면서 SOP가 더욱 흥미롭게 되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 계속해서 쓰십시오. 그리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십시오. SOP는 한 번에 완성되지 않습니다. 내 연구 질문을 찾는 과정도 절대로 한 번에 완성되지 않습니다. 1, 2의 과정을 통해서 떠오르는 것들을 계속해서 적어야 합니다. 계속해서 적다보면 떠오르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불현듯 손에 잡힐 만한 질문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 질문은 더욱 명확해질 수도 있고, 완전히 새로운 질문으로 대체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서 내 질문은 점점 더 명확해져 가게 되고, 다른 이들에게 말과 글로써 설명할 수 있는 단계까지 가게 됩니다. 이 과정은 상당한 인내를 요구하며, 지원 시기인 10-12월 사이에 시작해서는 성숙한 연구 질문을 끌어낼 수가 없습니다. 적어도 지원하는 해 봄학기부터 내 연구 질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물어야 합니다. 위의 과정들을 계속해서 꾸준히 해나가신다면 여러분 자신에 대한 이해도 깊어지게 될 뿐 아니라, 여러분의 소명이 무엇인지, 박사 과정에서의 연구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스스로의 이해도 더 깊어지게 될 것입니다. 건투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