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을 위한 신학과 영성” 연구 계획서
1. 연구 주제
이 연구의 주제명은 “온 세상을 위한 기독교 교리-칭의 교리에 나타난 공동선의 하나님을 중심으로”입니다. 이 연구가 가지는 문제 의식은 기독교 교리(이 연구는 크리스틴 헬머(Christine Helmer)가 쓴 교리의 종말(Theology and the End of Doctrine) 등의 연구를 참고하면서, 교리를 복음이 전하는 메시지를 각 시대와 상황이 묻는 질문과 갈망, 고민을 염두에 두고 새롭게 구성하고 재구성함으로써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시대와 소통하고 연결하도록 돕는 수단으로 정의합니다.)가 1) 어떻게 하면 온 세상을 위하시는 하나님을 단지 신앙인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소통하는 생생한 도구가 되게 할 수 있느냐이며, 더 나아가서 2) 어떻게 해야 온 세상을 위하시는 하나님을 드러내는 신앙인과 교회 공동체가 교리를 통해서 형성될 수 있게 하느냐입니다. 이런 문제 의식을 염두에 두고 이 연구는 연구 주제명에 포함된 “온 세상을 위한”이라는 구절을 두가지 의미로 이해합니다. 첫번째로 “온 세상을 위한”이라는 말은 기독교 교리의 일상성과 보편적 소통 가능성에 대한 긍정이라는 의미에서, 교리는 결코 폐쇄적이거나 배타적이지 않은, “온 세상을 위한” 기독교 교리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며, 두번째로 “온 세상을 위한”의 의미는 교리가 (특히 이 연구에서는 칭의 교리가) 그려내는 하나님이 결코 신앙인이나 교회만을 위하시는 분이 아니라 진실로 온 세상을 위하시는, 공동선의 하나님 (이 연구는 송용원 교수의 칼뱅과 공동선을 비롯한 여러 자료를 참고해서 공동선을 ‘모두를 배려하는 선함’으로 정의합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당연히 좀 더 자세한 부연 설명이 필요하지만 그 부분은 이후에 다룰 것입니다.)이시라는 점에서 연구 주제를 “온 세상을 위한 기독교 교리-칭의 교리를 중심으로”라고 명명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았습니다.
2. 연구 목적
이 연구의 필요성은 다음의 긴급한 연구 질문으로 대변됩니다. 21세기 한국 기독교라는 맥락 속에서 기독교 교리는 어떻게 해야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드러난 야훼 하나님의 온 세상을 향한 사랑과 선하심을 선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그런 하나님을 닮아서 온 세상을 위하는 신앙인과 교회 공동체를 만들어내는데 기여할 수 있을까? 여러 통계 자료와 뉴스가 보여주듯이, 한국 기독교는 점점 더 특정 연령대에 속한 사람들 (젊은이보다는 장년과 노년층), 특정 정치 성향을 지지하는 사람들 (진보보다는 보수)의 전유물이 되어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특정 그룹에 속한 사람들(동성애자, 타종교인, 외국인 등등)에게 적개심을 보여주는 경향이 강화되어가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그런 기독교 내의 분열과 게토화의 최전선에 서 있는, 태극기 부대의 시위에 자주 등장하는 전 모 목사가 청교도 영성 훈련원이라는 곳의 원장이라는 점은 의미심장합니다. 특히나 전 모 목사에게 있어서 청교도의 구원 교리는 그의 사역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고 기독일보의 김병구 칼럼은 밝히고 있기도 합니다. 이를 통해서 전 모 목사와 그가 대변하는 세력의 교리관을 미루어 볼 때, 교리(=기독교의 가르침)는 그들에게 있어서 오직 그리스도인들만의 전유물일 뿐 아니라, 더 나아가 다른 그룹에 속한 사람들을 대놓고 차별하고 배제하게 만드는 수단이라고 보아도 무방하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전 모 목사의 경우를 극단적인 사례로 볼 수 있겠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 교회의 전반적인 교리관이 과연 온 세상을 위하시고 사랑하시는 하나님을 드러내느냐고 묻는다면, 한국 교회가 그동안 전체적으로 보여주었던 모습은 그렇지 않다는 답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듭니다. 이렇게 볼 때 교리의 일상성과 보편적 소통 가능성, 그리고 교리가 말하는 하나님께서 온 세상을 위하시는 분이심을 역설하고자 하는 이 연구의 필요성은 충분히 긴급하며, 현 공모전이 “온 세상을 위한 신학과 영성”을 주제로 하는 연구 공모전이라는 점에서도 적실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연구 주제의 창의성은 1) 교리의 보편적 소통 가능성을 인문/사회 과학의 연구와 접목시켜서 논증함으로써 교리를 특수한 종교적 언어가 아닌, 보편성을 가진 일상의 언어로 풀어내고자 한다는데 있으며, 2) 더 나아가 교리가 그려내는 야훼 하나님이 공동선의 하나님이시라는 점을 특히 칭의 교리에 초점을 맞추어서 풀어낸다는데 있습니다. 그 구체적인 그림은 다음과 같습니다. 현대 정신 분석학의 한 계파에 속한 대상 관계론(object-relations theory)은 보스턴의 정신과 의사이자 카톨릭 신자였던 애나 마리아 리주토 (Ana-Maria Rizzuto)의 역작 살아 있는 신의 탄생(The Birth of the Living God)을 위시하여, 모든 사람들이 (적어도 그들이 ‘하나님’ 혹은 ‘신’이라는 용어가 통용되는 사회와 문화권에서 살아가는 한) 그들의 종교적 신앙 여부에 상관없이 이미 나름의 하나님 상(God-image)을 가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공표했으며, 리주토의 연구 결과에 힘입어 계속해서 사람들이 가진 하나님 상(God-image)이 사람들의 삶에서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연구해오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런 연구는 단지 정신 분석학적인 차원에서 멈추지 않고, 종교 사회학자들에 의해서 사회적 차원에서 사람들의 하나님 상(God-image)이 가지는 함의에 대한 연구로도 이어졌습니다. (대표적으로 미국 베일러 대학교의 종교 사회학자인 Paul Froese와 Christopher Bader가 주도했던 America’s Four Gods라는 연구가 있으며, 그 이전에는 카톨릭 사제이며 사회학자이자 소설가로 잘 알려진 Andrew M. Greeley 또한 사람들의 하나님 상(God-image)이 그들의 내면만이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 관계에서 어떤 함의를 가지는지를 연구했습니다. 한국적 맥락에서는 연세대 연합 신학 대학원의 권수영 교수가 자신의 박사 논문을 한국 문화에서의 하나님 상 연구를 주제로 해서 쓰기도 했습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하면서 한국적 맥락 속에서 진행된 또 다른 연구들이 있는지 더 살펴보려고 합니다.)
바로 이런 대상 관계론과 종교 사회학의 연구 결과는 기독교 교리의 보편적 소통 가능성 확보를 위한 좋은 수단을 제공해준다는 것이 이 연구의 주장입니다. 왜냐하면 만약 대상 관계론과 종교 사회학이 말하듯이 사람들이 신앙이 있든 없든 하나님이 (혹은 신이) 어떤 존재라는 선이해적 그림 (preconceived image)을 이미 가지고 있다면, 교리가 그려내는 하나님 상(God-image)은 사람들이 이미 가진 하나님 상(God-image)과 조우(encounter)할 수 있으며, 두 하나님 상 사이에는 교류가 생길 가능성이 열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 연구는 교리 또한 궁극적으로 사람들에게 기독교에서 말하는 하나님은 도대체 어떤 분인지를 그려 냄으로써 소통하는 것, 곧 기독교에서 그려내고자 하는 하나님 상(God-image)의 소통을 목적으로 하는 언어라는 바로 그 점 때문에 교리가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물론 기독교가 그려내는 하나님 상이 상당히 복잡하며 다층적이며, 사람들의 하나님 상 또한 그만큼이나 복잡하고 다층적이라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서, 이 연구는 사람들의 삶의 실천에서 추상적 개념(abstract idea)과 명제적 정보(propositional information)보다 이미지(image)의 우선성을 주장합니다. 최근 이런 차원에서의 논증을 가장 대중적으로 소통 가능하게 하면서도 그 학문성을 놓치지 않는 학자로는 제임스 K.A. 스미스의 3부작 (하나님 나라를 욕망하라, 하나님 나라를 상상하라, 왕을 기다리며)가 있으며, 스미스는 이미지를 통해서 전달되는 지식이 사람들의 삶의 실천을 어떻게 직접적으로 지배하는지를 철학적으로 상당히 자세하게 논증합니다. 그러므로 이 연구에서는 스미스를 비롯해서 관련 연구를 하는 학자들을 살펴보면서 이미지로 전달되는 지식이 추상적 개념과의 관계에서 삶의 실천에서 가지는 상대적 우위성을 살펴볼 것입니다.
위의 내용을 종합해 본다면, 교리를 보편성을 가진 언어로 소통하는 일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의 첫번째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즉 교리가 보편성을 가진 언어일 수 있는 까닭은 교리가 하나님 상(God-image)을 그려내는 언어이며, 사람들이 이미 나름의 하나님 상(God-image)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두가지 하나님 상 사이에 관계 형성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차원에서 교리의 목적은 각각의 사람들이 가진 하나님에 대한 선이해적 그림이 어떤 모습인지를 파악하고, 그 그림이 성경과 기독교 전통이 그려내는 하나님과 어떤 면에서 유사하고, 어떤 면에서 상이한지를 짚어 줌으로써 사람들이 자신들이 가진 선이해적 하나님 상을 성경과 기독교 전통이 말하는 하나님 상(God-image)에 점점 합치하도록 바꿔 갈 수 있게 도와주는 일일 것입니다. 즉 이 연구의 창의성은 모든 사람들이 그들의 종교적 신앙 여부에 상관없이 이미 나름의 하나님 상(God-image)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성경과 기독교 전통이 교리를 통해서 그려내는 하나님 상과 상호 연결시킴으로써, 교리가 어떻게 하면 단지 신앙의 언어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알아듣고 소통할 수 있는 보편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는데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까지의 그림에서 아직 답하지 않은 것이 두가지 있습니다. 첫번째로, 과연 어떤 매개체를 통해서 사람들의 하나님 상과 교리의 하나님 상을 서로 연결시킬 수 있는지에 관한 질문입니다. 두번째로, 교리가 그려내는 하나님 상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를 자세히 살펴보는 일입니다. 이 두 질문을 지금까지의 연구 맥락 속에서 답하는 일은 그 자체로 이 연구의 창의성을 강화시킵니다.
첫번째 질문의 경우, 사람들은 평소 자신들이 어떤 하나님 상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의식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가진 하나님 상이 어떤 모습인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경우도 드물며, 그러한 이야기 나눔을 통해서 스스로의 하나님 상이 구체적으로 자신들의 가치관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성찰할 수 있는 건설적인 기회를 제공받는 경우는 더더욱 드물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말하자면, 사람들의 하나님 상과 교리가 그려내는 하나님 상을 서로 조우하게 해줄 뿐 아니라, 그러한 조우를 통해서 사람들이 스스로의 하나님 상을 인식하고 교리가 그려내는 하나님 상을 의식적으로 지향하도록 해주는 매개체가 없이는 지금까지의 이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두번째 질문의 경우, 교리가 그려내는 하나님 상이 어떤 모습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이 없을 경우 사람들이 아무리 자신들의 하나님 상을 인식하고 성찰한다고 해도, 자신들의 하나님 상이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 그 지향점을 알기가 쉽지 않습니다.
첫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의 실마리를 연구자는 내러티브에서 찾고자 합니다. 내러티브는 사람들의 하나님 상과 교리의 하나님 상을 연결시키는 작업을 하는데 있어서 탁월한 매개체입니다. 일단 사람들의 하나님 상은 하나님에 관해서 그들이 이야기할 때 그들이 풀어내는 삶의 사건을 통해서, 사람들과 맺었던 관계를 통해서, 그런 사건과 관계를 통해서 사람들의 내면에 새겨진 하나님과 관련한 감정을 통해서,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통해서 종합적이고 총체적으로 구성되는 ‘하나님은 나에게 누구인가 혹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통해서만 드러나며, 이 모든 것들은 그 사람들의 삶의 내러티브에 귀기울일 때에만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가지고 있는 하나님과 관련한 특정한 기억, 특정한 사건이나 관계, 특정한 감정이나 욕구 등은 그 사람의 삶의 내러티브를 제대로 듣지 않고는 절대로 알 수 없습니다. 이런 까닭에 철학자 알라스데어 매킨타이어(Alasdair MacIntyre)는 그의 역작 덕의 상실(After Virtue)에서 인간의 모든 행위를 상연된 내러티브(enacted narrative)라고 불렀을 정도입니다. 사람이 살면서 하나님과 관련해서 경험하고, 느끼고, 바라고, 좌절하고, 깨닫고, 또 행동하는 모든 것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전부 그 사람이 살아왔던, 또 앞으로 살아내려고 하는 삶의 내러티브 안에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교리가 그려내는 하나님 상 또한 성경에 드러난 하나님께서 행하신 구원의 내러티브가 성경 시대 이후의 역사를 살았던 사람들이 가진 질문과 고민, 갈망을 통해서 (즉 그들의 삶의 내러티브를 통해서) 창조적으로 새롭게 재해석될 때 그동안 숨겨졌던 하나님의 새로운 면이 드러나게 된다는 점에 비추어 본다면, 교리가 그려내는 하나님 상 또한 내러티브를 통해서 가장 잘 드러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당장 성경을 살펴봐도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는 하나님께서 스스로에 대해서 하셨던 말씀들, 당신을 따랐던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또 당신을 반역했던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하셨던 말씀들, 보이셨던 감정들을 통해서 드러나는데, 이 모든 것들은 하나님의 구원 내러티브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또한 이렇게 성경이 그려내는 하나님 상은 성경 시대 이후의 교회사에서 하나님이 과연 어떤 분이신지를 고민했던 사람들이 자신들의 시대적 고민과 질문을 담아서 하나님이 그런 고민과 질문에 비추어 볼 때 과연 어떤 분이신지를 드러내고자 했던, 바로 그 내러티브 안에 녹아 있습니다.
사람들의 하나님 상과 성경과 교회사를 통해서 구성되고 또 재구성되는 교리에 나타난 하나님 상을 담아내는 매개체가 모두 내러티브라는 사실은 양쪽의 하나님 상이 조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주며, 그러한 조우를 통해서 사람들은 자신들이 가진 하나님 상을 반추하고 성찰하게 될 뿐만 아니라 교리가 그려내는 하나님 상을 자신들의 하나님 상이 움직여야 할 지향점으로 삼을 수 있게 됩니다. (물론 그러한 지향점으로 움직이는 일은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과 하나님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칼뱅이 기독교 강요의 첫 부분에서 강조한대로, 진실로 하나님을 아는 지식과 자신을 아는 지식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와 함께, 연구자는 두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의 실마리를 최근의 칭의 교리를 둘러싼 논쟁에서 찾고자 합니다. 소위 바울에 관한 옛 관점과 새 관점 사이의 첨예한 대립은 이미 익히 잘 알려져 있는 바입니다만, 최근 이 두 관점을 조화롭게 볼 수 있게 해줄 가능성을 가진 하나님의 은혜에 관한 저서 바울과 선물 (Paul and the Gift)이 영국의 저명한 신약 학자 존 바클레이를 통해서 출간되었습니다. 같은 책에서, 바클레이는 칭의 교리 논쟁에서 가장 핵심적인 구절 중 하나인 율법의 행위(works of the law)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행위를 비롯해서 여타 종류의 문화 혹은 상징 자본을 가치 있는 것으로 혹은 선한 것으로 보도록 만드는 객관적인(사회적으로 구성된) 가치 체계” (“the objective (socially constructed) value systems that make works, and other forms of cultural or symbolic capital, accounted worthwhile or good”, 바울과 선물에서 인용) 즉 율법의 행위는 단지 종교적인 것을 넘어서 사람이 가진 어떤 형태의 상징 혹은 문화 자본 때문에 그 사람을 선하다고 혹은 악하다고 판단하게 만드는 모든 가치 체계를 가리킨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특정한 형태의 문화 혹은 상징 자본은 여러가지가 될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의 피부색일 수도 있고, 경제적 부의 여부일 수도 있으며, 개인의 능력일 수도 있고, 성별일 수도 있고, 정치 성향일 수도 있으며, 심지어 종교가 무엇인지일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바울이 오직 믿음으로만 의롭게 된다는 소위 칭의 교리를 설명하면서 복음에 반하는 정신을 율법의 행위로 보았다는 점은 의미심장합니다. 왜냐하면 율법의 행위가 바클레이가 바라보는 것처럼 사람을 그가 소유한 자본이 뭐냐에 따라서 사람을 선하게 혹은 악하게 보게 만드는 가치 체계라면, 바울이 선포한 복음은 율법의 행위로 대변되는 모든 종류의 가치 체계에 대한 전복적 시도라고 볼 수 있으며, 더 나아가서 그 복음의 본질이신 하나님은 그러한 가치 체계를 기준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으시는 분이라고 추론하는 것이 가능하며, 따라서 복음이 그려내는 하나님 상(God-image)은 아무도 차별하지 않으시며 모든 사람을 위하시는 하나님, 즉 인류 전체의 공동선을 추구하시는 하나님이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칭의 교리는 모든 사람을 위하시는 하나님께서 누구도 차별하지 않으시고 하나님과 관계를 맺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 분의 은혜라는 선물을 아무 조건 없이, 차별하지 않고 베푸신다는 가르침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이런 칭의 교리의 내러티브는 그러한 하나님을 잘 보여줄 뿐만 아니라, 하나님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강력하게 시사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자신의 삶의 내러티브를 통해서 형성된 하나님 상을 넘어서, 칭의 교리의 내러티브가 그려내는 하나님 상을 따르는 사람의 삶은, 하나님께서 공동선을 위하시는 분이시기 때문에 그 사람의 삶 또한 점점 더 공동선을 위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결론이 가능합니다. 사람의 삶의 내러티브와 하나님의 구원의 내러티브라는 두 내러티브의 조우를 통해서 개인이나 공동체가 자신의 삶의 내러티브가 드러내는 하나님 상(God-image)을 폭로 당하고, 더 나아가 성경의 구원 이야기가 그려내는 하나님 상을 재발견하게 되며, 그런 하나님의 칭의 내러티브를 자신의 삶의 내러티브로 받아들이게 된다면 기독 교회는 비로소 온 세상을 위하는 삶을 살아가는 성도와 교회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부분의 경우 신학적, 문화적, 철학적으로 여러가지 방식의 논증이 가능합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The Tyranny of Meri)이 보여주는 능력 중심 주의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낼 수도 있을 것 같고, 한국 사회가 점점 다문화 사회가 되어가면서 외국인에 대한 차별, 특히 한국보다 못 사는 나라에서 온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 늘어나는 현상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혹은 소위 이대남 현상으로 불리는 20대 남성의 보수화 현상을 가지고도 풀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해보려고 합니다.)
3. 연구 내용 및 차례
이 연구는 문헌 연구이며, 또한 학제적 연구입니다. 이 연구가 문헌 연구라는 말은 연구가 현장 관찰이나 탐사보다는 기존 문헌을 비교.분석.관찰하면서 얻어낸 통찰을 통해서 이 연구의 주제인 “온 세상을 위한 기독교 교리-칭의 교리에 나타난 공동선의 하나님을 중심으로”를 탐구한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이 연구가 학제적 연구라는 말은 연구가 신학적 탐구에만 머무르는 대신, 다른 학문 분과들, 특히 정신 분석학의 대상 관계 이론, 그리고 문학과 사회 과학의 내러티브 이론과 신학 사이의 상호 대화를 통해서 연구 주제를 살피는 방법론을 취한다는 의미입니다. 연구는 서론을 포함해서 총 5장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으며, 서론의 주된 목표는 연구의 문제 의식과 필요성을 구체적인 사례들과 함께 설득력 있게 드러낼 뿐만 아니라, 연구의 주장이 제기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를 독자의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게 대략적으로 밝히는 작업이며, 마지막으로 연구를 어떻게 진행할지, 그 방법론을 서술하는 일입니다. 그러한 문제 의식과 연구의 주장, 방법론에 대한 서술 작업을 바탕으로, 1장에서는 연구의 문제 의식을 좀 더 심화적으로 서술하면서 그 해결책의 첫 단추로써 사람들이 가진 하나님 상(God-image)이 보편적이라는 점을 정신 분석학과 종교 사회학과의 대화 속에서 발전시키며, 하나님 상 개념의 보편성이 우리 삶의 내러티브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점을 역설하면서 마칩니다. 2장에서는 정신 분석학, 종교 사회학이라는 차원에서 다루어진 하나님 상의 보편성을 내러티브 교리에 대한 탐구로 연결시키면서 교리 또한 하나님 상을 말하는 내러티브이기 때문에 보편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3장에서는 1장과 2장의 논의를 바탕으로 확보한 교리의 보편성이 과연 어떤 하나님 상을 그려내는지를 칭의 교리에 드러난 공동선의 하나님을 중심으로 탐구합니다. 마지막 4장에서는 이제까지의 논의를 종합하면서 실천적인 차원에서 기독교 교리가 추구하는 공동선의 영성(a spirituality for the common good)이란 어떤 모습인지를 사람들의 삶의 내러티브가 교리에 나타난 내러티브와 조우하는 순간, 성령의 도우심을 통해서 발생한다고 주장할 뿐만 아니라, 교리의 하나님 상을 교리 내러티브에 담긴 복음 메시지와의 조우를 통해서 체화한 개인과 공동체가 살아내는 공동선의 영성이 가지는 네가지 특징(보편적, 일상 중심,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불가분성, 사랑을 통한 닮아감의 미학)을 구체적으로 묘사합니다.
본격적으로 각 장에서 진행할 연구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서론에서는 이 연구의 문제 의식과 필요성을 자세히 밝히고, 연구에 대한 독자의 공감대를 이끌어 냅니다. 이 연구의 문제 의식은 현재에 대한 진단, 즉 기독교 교리가 언제부터인가 한국 교회가 교리를 복음의 메시지가 세상과 연결하고 소통되도록 돕는 도구로서가 아니라, 교회의 폐쇄성과 배타성을 강화시키는 도구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연구는 여기에 대해서 대표적인 사례 몇 가지를 제공함으로써 독자들을 설득합니다 (구체적인 사례에 대해서는 현재 연구 중입니다.) 하지만 교회의 현 상황에 대한 진단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 연구는 좀 더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두가지 문제 의식을 독자들에게 던집니다. 1) 어떻게 하면 기독교 교리가 온 세상을 위하시는 하나님을 단지 신앙인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소통하는 생생한 도구가 되게 할 수 있느냐, 더 나아가서 2) 어떻게 해야 온 세상을 위하시는 하나님을 드러내는 신앙인과 교회 공동체가 교리를 통해서 형성될 수 있게 하느냐, 이 두가지입니다. 바꿔 말하자면, 이 연구의 문제 의식은 교리가 한국 기독교의 배타성과 폐쇄성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쓰여져 왔음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의 가르침의 결정체인 교리는 기독교의 하나님의 어떠하심을 드러내는 도구로 쓰여져야 하며, 기독교의 하나님은 이스라엘과 이방인, 교회와 세상을 모두 사랑하시고 차별하지 않으시며 아끼시는 하나님이심을 성경과 전통이 증언하고 있기 때문에 현대 한국 기독교의 배타성과 폐쇄성, 특히 교리를 마치 믿음이 없이는 이해 조차도 불가능한 가르침이라고 은연 중에 여기는 것은 교리에 대한 오해일 뿐만 아니라 우리가 믿고 따르는 하나님에 대한 오해를 낳기 십상이라는 것입니다.
1장의 주된 과제는 하나님 상(God-image) 개념의 보편성을 내러티브라는 맥락(context) 속에서 설득하는 작업입니다. 이를 위해서 연구자는 하나님 상 개념에 대한 내면적, 심리적 분석에서 출발하여 사회적, 공동체적 분석으로 범위를 넓혀 가면서 이 개념이 적어도 하나님 혹은 신이라는 단어가 가리키는 실재를 인식하는 문화권에서 사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보편적이라는 점을 역설하고자 합니다. 우선 하나님 상(God-image) 개념의 정신분석적 기원을 조사하면서 시작합니다. 프로이트에서 시작하여 애나 마리아 리주토로 이어지는 이 개념의 역사를 살펴 보면서, 프로이트가 하나님 상을 유아적이고 퇴행적인 개념으로 여김으로써 종교와 심리학 사이의 적대 관계를 강화시켰던 반면, 리주토는 하나님 상이 항상 유아적이거나 퇴행적이지는 않으며, 개인의 하나님 상이 충분히 성숙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종교와 심리학이 서로 협력하면서 갈 수 있는 길을 열었습니다. 하나님 상 개념의 정신분석적 기원에 이어서, 이 개념이 가진 사회적, 공동체적인 함의를 발전시킨 학자들 또한 살펴봅니다. 이런 학자들로는 이미 언급한대로 America’s Four Gods라는 연구를 주도했던 미국 베일러 대학교의 종교 사회학자인 Paul Froese와 Christopher Bader가 있으며, 하나님 상 개념에 사회학적으로 접근한 카톨릭 사제이며 사회학자이자 소설가인 Andrew M. Greeley도 있고, 또 한국의 상황에서는 권수영 교수의 논문도 있습니다. 이와 아울러 좀 더 대중적인 차원에서는 티머시 제닝스(Timothy Jennings)의 하나님 상 개념에 대해서도 살펴보며, 이 모든 것을 통해서 하나님 상의 보편성을 독자들에게 설득합니다. 이런 보편성과 관련해서 특히 이 장에서 주목하는 맥락적 배경(contextual background)은 내러티브입니다. 연구자는 사람들의 하나님 상이 특정한 방식으로 형성될 때 반드시 그들의 삶을 규정 짓는 이야기, 즉 내러티브 속에서 그런 형성이 일어난다는 점에 주목하며, 사람들이 자신들의 삶의 내러티브를 통해서 스스로를 이해해가는 과정 속에서 어떻게 하나님에 대한 이미지를 가지게 되는지를 추적합니다.
정신 분석학과 종교 사회학이라는 관점에서 사람들의 삶의 내러티브 안에서 드러나는 하나님 상의 보편성을 주장했던 1장을 토대로, 2장에서는 본격적으로 교리가 어떤 종류의 언어인지를 검토하는 작업에 착수합니다. 2장의 주장은 교리는 내러티브이며, 그것도 기독교가 가르치는 하나님 상을 드러내는 내러티브라면, 1장에서의 주장에 비추어 볼 때 교리는 보편적으로 소통될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을 가진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연구자는 2장에서 교리를 내러티브로 이해하는 신학의 기원을 추적하면서 시작합니다. H. 리차드 니부어의 계시의 의미 (The meaning of Revelation) 등의 저작을 살펴보면서 소위 내러티브 신학의 연원에 대해서 살펴보고, 조지 린드벡(George Lindbeck)이나 한스 프라이(Hans Frei) 등이 칼 바르트 신학을 이어받아서 꽃피워냈던 탈 자유주의 신학(post-liberal theology)이 바라보는 내러티브로서의 교리 이해를 조사합니다. 이 작업을 마치고 나면 그 다음으로는 하나님 상(God-image)/하나님 모델(God-model)에 대한 신학적 구성 작업을 살펴보는 일입니다. 대표적으로 샐리 맥페이그(Sallie McFague)등의 신학자가 주장했던 하나님 상(God-image)/하나님 모델(God model)이 가지는 신학적 가능성을 살펴보고, 구성 신학(constructive model)으로서의 하나님 상(God-image)이 가지는 가능성을 살펴봅니다. 이렇게 1) 내러티브로서의 교리에 대해서, 그리고 2) 하나님 상의 신학적 가능성에 대한 조사를 통해서 연구자는 궁극적으로 내러티브로서의 교리 안에 하나님 상에 대한 신학적 이해가 담겨 있다는 사실을 주장하고자 하며, 교리가 단지 과거에 머물러 있는 유산이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동시대인들이 가진 질문을 충분히 인식하고 반영하면서도 기독교 전통이 가르치는 하나님 상을 드러내는, 보편성을 가진 일상의 내러티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마칩니다.
3장의 작업은 그렇다면 과연 교리는 어떤 하나님 상을 드러내는 내러티브인지를 구체적으로 밝히는 일입니다. 여러 교리들 중에서 연구자는 특별히 이 장에서 칭의 교리를 조사하고자 하며, 그 까닭은 칭의 교리만큼 최근의 개신교 신학에서 뜨거운 감자로 다루어지는 교리도, 칭의 교리만큼 그 가르침에 대한 오해가 큰 교리도 찾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바로 그런 면에서 연구자는 칭의 교리가 그려내는 공동선의 하나님 상을 제대로 밝히는 일만큼 전략적으로 시급한 작업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3장을 시작합니다. 3장의 주된 작업은 최근 진행되는 칭의 교리의 논쟁의 큰 그림을 그리면서 칭의 교리가 어떻게 공동선의 하나님 상을 그려내는지를 밝히는 일입니다. 특히 기존 바울에 관한 옛 관점과 새 관점의 대립에서 주요한 쟁점들이 무엇이었는지를 이 논쟁의 주요한 학자들이 주장했던 것들을 추적함으로써 밝혀내며, 무엇보다도 최근 존 바클레이의 등장과 함께 그의 뱌울과 선물(Paul and the Gift)이 어떻게 기존의 대립적 구도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지를 밝힙니다. 바클레이를 살피면서 연구자가 중점적으로 조사하고자 하는 점은 그가 역사적 탐구를 통해서 밝혀내는 ‘율법의 행위’(works of the law) (갈 2:16) 개념이 어떻게 단지 그 당시 뿐만 아니라 현대적으로도 충분히 확장적으로 적용 가능한 개념인지를 보여주는 일입니다. 이미 위에서 언급한대로, ‘율법의 행위’가 행위를 비롯해서 여타 종류의 문화 혹은 상징 자본을 가치 있는 것으로 혹은 선한 것으로 보도록 만드는 객관적인(사회적으로 구성된) 가치 체계라고 할 때, 역으로 사람을 아무 조건 없이 의롭다고 하시는 하나님은 아무도 차별하지 않으시며 모두를 위하시는 하나님이 되시며, 칭의 교리의 내러티브는 공동선을 위하시는 하나님 상을 그려내는 내러티브라고 주장할 수 있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연구자는 1장과 2장의 논의를 종합하면서 칭의 교리가 공동선의 하나님 상을 그려낸다면, 이런 하나님 상을 자신의 삶의 내러티브 안에서 받아들이고 통합하는 사람, 즉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드러나신 하나님을 따르는 제자의 길을 걷는 사람의 삶이란 어떠해야 할까를 물으면서 마칩니다.
마지막 4장은 칭의 교리가 그려내는 하나님 상을 자신의 삶의 내러티브 안에서 통합적으로 살아내는 사람은 공동선의 영성(a spirituality of the common good)을 추구한다고 주장할 뿐만 아니라, 과연 공동선의 영성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를 밝힙니다. 특히 4장의 백미는 최근 한국 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현상 (능력 중심 주의와 불공정, 이대남 현상 등등)을 자세히 분석하면서 칭의 교리의 내러티브를 통해서 드러난 공동선의 하나님 상을 자신의 삶에서 살아내고자 하는 사람들이 추구하는 공동선의 영성이 어떻게 이런 현상들 속에서 대안이 될 수 있는지를 제시하는 일입니다. 4장은 이전 장인 3장 마지막에서 제기한 질문을 다시 풀어내면서, 사람들의 삶의 내러티브와 교리의 내러티브가 만났을 때, 그러한 내러티브 조우(narrative encounter: 하나의 내러티브와 다른 내러티브가 양쪽 모두가 공유하는 접점을 통해서 만나는 현상)를 통해서 사람들의 삶의 내러티브가 어떻게 변화를 경험하는지 추적합니다. 특히 이 장에서는 그러한 내러티브 조우를 통해서 변화를 경험한 사람들의 삶이 공동선의 영성을 추구한다고 밝히면서, 공동선의 영성의 특징을 다음의 네가지로 정리합니다. 첫번째, 공동선의 영성은 하나님 상이 드러나는 내러티브의 보편성을 기반으로 한 보편성을 가집니다. 두번째, 공동선의 영성은 우리 삶의 내러티브가 담아내는 일상을 담아내는 영성이기 때문에 항상 일상 중심입니다. 세번째, 공동선의 영성은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하나의 실재로 보며, 칭의 교리를 통해서 도출된 하나님 상이 공동선을 위하시는 하나님이시기에, 교리가 그려내는 내러티브를 삶으로 살아내고자 하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온 세상을 위한 삶의 실천, 즉 이웃 사랑의 삶을 지향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합니다. 네번째, 공동선의 영성은 하나님의 사랑이 사람들의 삶의 내러티브를 변화시키면서 하나님이 어떠한 분이신지를 닮아가는 영성이며, 그 절정에 하나님의 형상됨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즉 사람들이 가진 하나님 상이 성경과 기독교 전통이 말하는 하나님 상에 가까워지면 질수록 사람들은 하나님의 형상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갑니다.) 이 장에서는 이 네가지 공동선의 특징을 이미 언급한 대로 능력 중심 주의의 불공정성이나 이대남 현상 등을 자세히 살피면서 펼쳐나갈 것이며, 교리를 믿고 따르는 일, 교리의 내러티브를 삶의 내러티브 속에서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일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독자들로 하여금 꿈꿀 수 있게 해주고자 합니다.
4. 연구 결과의 기대 효과
연구자는 이 연구 결과의 기대 효과를 다음의 네가지로 정리하고자 합니다. 첫번째, 교리가 흔히 영성에 도움이 되기는 커녕 방해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오해를 불식시키고, 교리가 그려내는 하나님 상이 사람들의 삶의 내러티브에 담긴 하나님 상을 도전할 수 있으며, 그를 통해서 사람들의 삶의 내러티브를 바꾸고, 더 나아가 그들의 정체성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교리는 영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입니다. 두번째, 흔히 교리가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경향을 만들어낸다는 오해를 불식키시고, 교리를 하나님 상을 그려내는 내러티브로 이해하게 될 때 교리는 일상의 내러티브와 대화하며 조우하는, 그야말로 보편적이고 일상 중심적인 내러티브가 됨으로써 열려 있고 개방적인 개인과 공동체를 만들어낸다는 것입니다. 세번째, 영성이 개인적이고 내면에 치중한다는 오해를 불식시키고 공동선의 영성을 펼침으로써 교리를 믿는 삶의 표현인 영성은 항상 이웃 중심이며 공동체 지향적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네번째, 칭의 교리가 공동선의 하나님을 그려낸다고 주창함을 통해서 칭의 교리의 개인적, 관계적 함의 뿐만 아니라 사회적, 공동체적 함의를 모두 공동선이라는 차원에서 풀어냄으로써 칭의 교리가 일반적으로 개인적이고 하나님-나 중심의 수직적 관계성을 가지는 경향이 있었다는 점에 대해서 대안을 제시합니다.
첫번째, 교리는 영성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많습니다. 이 연구는 교리를 하나님 상을 그려내는 내러티브로 이해함으로써 (폴 리쾨르가 주장한대로 내러티브와 정체성 사이의 불가분의 관계를 고려할 때) 하나님 상이라는 이미지가 사람들의 삶에 파고드는 효과를 부각시키며, 그를 통해서 교리와 영성이 호혜적인 관계일 뿐만 아니라, 교리가 없이는 영성이 불가능하다고 (또한 영성이 없이는 교리는 마른 뼈일 뿐이라고) 주장함으로써 전통적인 기독교 교리의 위상을 강화함과 동시에, 교리를 영성이라는 차원에서 볼 수 있게 해줍니다. 이렇게 될 때 기존의 교리-영성의 이분법이 무너지고 교리와 영성을 좀 더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키워질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번째, 교리는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개인과 공동체를 만들어낸다는 오해를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연구는 교리를 하나님 상을 그려내는 내러티브로 이해함으로써 하나님 상이 가진 보편성이라는 차원에서 교리가 가진 보편성을 확보하며, 교회 바깥의 사람들과 기독교 교리를 소통할 수 있는 가능성을 키움으로써 교리가 가진 소통과 연결의 가능성을 강화합니다. 이렇게 할 때 그 기대 효과는 우선 기독교인들 스스로가 교리를 외부인들이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치부하는 대신, 좀 더 적극적으로 자신들이 믿고 따르는 가르침을 세상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소통하는데 자신감을 가지게 될 것이며, 더 나아가서 자신들 또한 교리를 특수한 언어, 소수의 사람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가 아니라 자신들의 일상의 고민과 갈등을 담아내는 언어로 보게 되어 교리를 통한 신앙 형성과 신앙 성장을 좀 더 적극적으로 추구하게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교리가 열려 있고 개방성을 가진 언어로 이해할 때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실제로 교회 바깥의 세상과 연결하고 소통하는 일을 기독교 교리를 통해서 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일 것입니다. 날로 게토화 되어가는 한국 기독교가 교리를 이렇게 이해하게 된다면 그 파급 효과가 상당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세번째, 영성은 개인적이고 내면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는 대중적 인식이 있습니다. 이 연구는 그러한 인식을 넘어서 공동선의 영성을 주장함으로써 영성이 항상 공동선을 염두에 두지 않을 때 하나님께서 이웃을 사랑하시는 분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담아낼 수 없다는 점을 부각시킵니다. 앞에서 언급한대로 공동선의 영성이 가지는 네가지 특징을 언급하고 설명함과 동시에, 영성은 공동체적이라는 점을 넘어서 공동선 지향적이라는 점을 부각할 때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기존의 영성 형성과 영성 훈련이 지향하는 바를 명확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며, 그 지향점이 항상 이웃 사랑이라는 사실을 밝힐 때 예수께서 명하신 삶을 살기 위한 도구로서의 영성, 공동선의 영성을 말할 수 있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네번째, 칭의 교리는 일반적으로 개인적이고 하나님-나 중심의 수직적 관계성만을 가진다는 인식이 신앙인들 가운데 존재합니다. 이 연구는 칭의 교리가 공동선의 하나님을 그려낸다고 주장함으로써 칭의 교리의 개인적, 관계적 함의 뿐만 아니라 사회적, 공동체적 함의를 모두 공동선이라는 차원에서 풀어내며, 그를 통해서 칭의 교리가 제한적이고 추상적으로 이해되는 것을 막고, 칭의 교리를 구체적이고 피부에 와닿는 방식으로 공동선을 추구하는 공동체의 삶의 가이드가 될 수 있는 길을 제시합니다. 칭의 교리를 이렇게 풀어낼 때의 기대 효과는 신앙인들로 하여금 칭의 교리를 믿는다는 것이 자신들의 삶에 어떤 의미인지를 명확하게 인식하게 해준다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 이 연구에 이어서 후속 연구 또한 계속 이런 지평 속에서 다른 교리들이 어떻게 하나님의 구원의 내러티브를 사람들의 삶에 구체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방식으로 소통될 수 있는지를 고민할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IVP 공모전이 연구자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공모전이 열릴 수 있게 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를 드리며, 심사 위원들께서 저의 연구 계획서에서 어떤 가능성을 보실 수 있다면 뽑아주시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