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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서문
이 책은 저자가 팀 켈러를 처음 알게 된 2006년 이후 꾸준히 팀 켈러를 연구하고 공부한 결과물이다. 지난 14년간, 켈러의 신학적 비전은 저자 스스로의 신학 체계를 정립하고 세워 나가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 켈러를 공부하면서 저자는 신학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웠으며, 신앙과 신학 사이의 밀접한 연결 고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또한 어떤 부분에서 저자 자신의 신학 체계를 더 발전시켜 나가야 할지 찾을 수 있었다. 켈러의 신학적 비전은 저자가 신학적 탐구를 계속 이어 나가는 가운데 새로운 질문이 생기게 해주었고, 또 그런 질문에 어떻게 답해야 할지 실마리를 제공해 주었다. 그런 면에서 켈러는 저자에게 큰 은인이기도 하다.
이 책은 팀 켈러의 신학적 비전이 연결과 소통을 지향한다고 주장한다. 켈러가 직접 그렇게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켈러가 신학적 비전을 세워가기 위해서 물어야 할 여덟 개의 질문을 자신의 책 센터 처치에서 제시할 때, 그 여덟 개의 질문 모두에 공통적으로 포함되는 주제가 바로 연결과 소통이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즉, 켈러가 구축하는 신학적 비전은 모두 어떻게 해야 연결과 소통을 이루어낼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켈러의 신학적 비전은 오늘날 많은 한국 교회가 한국 사회와의 관계에서 단절과 불통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런 단절과 불통을 오히려 소위 “거룩한 구별됨”이라고 여기면서 그런 경향을 더 강화하는 경향을 보여준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사하는 바가 크리라고 생각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켈러는 센터 처치에서 복음이 하나님과 사람을 연결시켜주고 소통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람과 문화, 사람과 도시를 연결하고 소통시켜주는 강력한 하나님의 힘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면에서 현재의 한국 교회가 처한 단절과 불통의 현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그런 현실을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교회가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고난과 고통이라고 여기는 경향에 대해서 팀 켈러가 제시하는 신학적 비전이 많은 생각할 거리를 남길 수 있으리라 믿는다.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과연 그렇다면 켈러는 왜 자신의 신학적 비전의 큰 틀을 세우는 축으로 복음, 도시, 운동을 선택했냐는 것이다. 왜 저자가 주장하듯이 연결과 소통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복음, 도시, 운동이라는 세가지 축을 중심으로 자신의 신학적 비전을 펼쳐 나갔냐는 질문이 저절로 생긴다. 2018년 여름에 LA의 국제 신학교에서 했던,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의 기반을 제공해 준 “팀 켈러의 신학과 사역”이라는 강의에서 그런 질문을 했던 학생들이 있었다.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 중에서도 그런 질문을 할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다.
여기에 대한 저자의 대답은, 복음, 도시, 운동은 연결과 소통을 이루는 세가지 주체이며, 그 세가지 주체가 서로 관계 맺는 방식이 바로 연결과 소통이라는 점이다. 켈러가 구축하는 신학적 비전은 궁극적으로 이 세가지 주체를 연결하고 소통하는 작업이다. 그 세가지 주체는 각각 하나님 (복음), 세상 (도시), 교회 (운동)를 상징한다. 혹은 하나님 (복음), 믿지 않는 이웃 (도시), 믿는 신앙인들의 공동체 (운동)로 바꿔서 표현할 수도 있겠다. 즉 하나님, 이웃, 나 자신 (혹은 교회인 우리 자신)의 구도가 센터 처치의 세가지 축을 이룬다. 교회는 복음을 통해서 하나님과 연결하고 소통하며,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성숙해 가면서 세상에게 하나님께서 어떤 분이신지, 그 분의 복음이 어떤 소식인지를 소개하고 알린다. 이런 관계 맺음에서 연결과 소통은 필수적이다.
이런 구도에서 우선적으로 얻을 수 있는 통찰은 교회가 복음을 소유할 수 없으며, 교회와 복음은 서로 다른 존재라는 점이다. 많은 한국 교회들이 흔히 마치 스스로가 복음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는 듯 착각하면서 살아가지만, 또 하나님께서 자신들을 세상보다 더 낫게 보시는 듯한 우월감을 가지고 행동하기도 하지만, 하나님은 어떤 교회도 완벽히 소유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분이시며, 또한 지극히 공평하신 분이셔서 세상과 교회 모두를 사랑하신다. 어느 쪽도 편애하지 않으시며, 다만 당신을 더 구하고 원하는 자들에게 당신을 더 깊이 드러내신다. 이런 하나님의 공평하심은 성경에 자세히 드러나 있다. 이스라엘 백성을 편애하지 않으시며, 이방인들을 아끼신다. 마찬가지로 교회를 편애하지 않으시며, 교회 바깥에서 하나님의 은혜가 전혀 닿지 못할 것처럼 보이는 곳에 있는 이들을 아끼신다. 만약 복음이 하나님 그 분의 성품과 행하심을 담고 있다면, 어떤 교회도 복음을 완전히 소유하거나 이해할 수 없다. 오히려 복음 앞에서 스스로를 비춰보고 행여나 하나님의 사랑에서 교회가 벗어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일이 시급하다는 것이 켈러의 센터 처치가 전해주는 중요한 교훈이다. 교회가 어떻게 운동성을 유지할 것인지는 오직 복음과의 관계에서 얼마나 생동감 있는 연결과 소통을 유지하는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교회가 복음을 통해서 세상과 연결하고 소통하기 위해서는, 먼저 교회 스스로가 복음과의 연결과 소통을 유지하고 성숙시켜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상의 문제 의식을 염두에 두고, 책은 팀 켈러의 사상 전반에 대한 기본적인 소개와 함께, 그가 말하는 신학적 비전을 연결과 소통이라는 흐름으로 꿰뚫는 작업에 집중한다. 켈러가 말하는 신학적 비전은 복음 앞에서 신앙인 각 개인의 자기 성찰, 교회 스스로의 자기 성찰을 촉구한다. 또한 믿지 않는 이웃과 세상과의 관계 속에서 우월감을 버리고 하나님을 드러내는 일에 주력하라고 주문한다. 교회와 신앙인의 복음 앞에서의 자기 성찰이 시급한 우리 시대에, 저자는 켈러가 전하는 메세지가 우리 모두를 복음 앞으로 다시 불러들일 수 있는 좋은 촉매제가 되리라 믿는다.
팀 켈러에 대한 책을 쓰면서 도움을 받은 분들이 많다. 우선 떠오르는 분은 저자에게 처음 팀 켈러를 소개해준 서울 뉴시티 교회의 오종향 목사님이다. 저자는 미국 보스턴의 고든 콘웰 신학교(Gordon-Conwell Theological Seminary) 재학 시절, 같은 학교 학생이었던 오 목사님을 통해서 팀 켈러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이후 오종향 목사님은 팀 켈러가 자신의 신학적 비전을 집대성한 센터 처치(Center Church)의 역자로 수고해 주시기도 하셨다. 또 머리에 떠오르는 분은 LA 국제 신학교의 한국어 프로그램 담당자로 수고해 주시는 김재영 교수님이시다. 김 교수님께서는 2018년 여름 학기 수업에 저자를 특별 강사로 초청해 주셨고, 이 수업을 통해서 저자는 이 책에서 독자들과 나누게 될 내용을 상당 부분 정리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또한 저자의 부모님과 동생은 공부가 길어지는 큰아들이자 형을 묵묵히 참아주고 견뎌 주셨으며, 이 책이 나올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만나게 될 독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이 책이 팀 켈러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독자들 뿐만 아니라 삶과 신앙, 또 사역을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쓸만한 길잡이가 되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서문을 마치면서, 책을 기꺼이 내주겠다고 말씀하신 기독교 문서 선교회(CLC)의 관계자 분들에게도 심심한 감사를 전한다. 정말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지만, 책에 여전히 남아 있는 모든 오류나 오탈자는 모두 전적으로 저자의 책임임을 밝힌다.
2020년 9월,
보스턴에서
저자 김상일
알라딘 / Yes24 / 교보문고 / 인터파크 / 반디북스 / 두란노몰
서문: 대안적인 사회적 상상(social imaginary)으로써의 팀 켈러의 신학적 비전
1장: 팀 켈러, 연결과 소통의 신학적 비전을 펼쳐내다
2장: 팀 켈러, 복음으로 연결하고 소통하다
3장: 팀 켈러, 죄와 우상의 불통하는 능력을 폭로하다
4장: 팀 켈러, 자아상과 정체성, 그리고 인간에 대한 이해로 연결하고 소통하다
5장: 팀 켈러, 성경과 교리를 통해서 연결과 소통을 신앙 성장의 원리로 제시하다
6장: 팀 켈러, 문화 속의 공적 신앙과 교회 공동체로 연결과 소통으로 나아가다
7장: 팀 켈러, 사회 정의로 연결과 소통으로 나아가다
8장: 팀 켈러, 세상 속의 일과 영성을 다시 보게 해주다
결론: 한국 사회를 위한 신학적 비전을 꿈꾸며
